Sundries

[펌]夢大陸 Adventure Review

그레실 2009. 11. 30. 17:12

1. 제   목: 몽대륙
2. 장   르: RPG성펭귄레이싱시뮬레이션
3. 플랫폼: MSX
4. 제작사: 코나미
5. 발매원: 코나미
6. 년   도: 1986

몽대륙의 기획자(코지마 히데오..보조였지만)가 최초 게임의 상위 컨셉을 프리젠테이션 한다. ' 에.. 그러니까 제 게임은 한마디로 1인칭 시점 펭귄 레이싱 시뮬레이터입니다.게다가 펭귄이 점프까지 할 수 있어요!'. 반응이 어땠을지 모르지만, 만약 최근 국내였다면 그자리의 모두가 만장일치로 ' 아아, 쌩~ 뚱 맞죠~'를 외쳤을 지도. 그렇지만, 어차피 컴퓨터 게임의 역사를 써내려간 게임들은 대부분 쌩뚱맞게 튀어나왔다. 개발자 연습용이었던 '퐁'에서 부터, 피자 배달시켜 먹다 떠올린 '팩맨', 수학자가 별 생각없이 퍼즐 게임 옮겨놓은 '테트리스' 등등. 뭐 쌩뚱맞기로는 마리오도 만만치 않고. 뭐 몰리뉴도 '파퓰러스'에서 자신의 발상의 원동력이 된 게 집 마당의 개미 생활 관찰하기 였다지 않은가.

글쎄, 아이디어가 어떻게 통과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몽대륙은 자그마치 '메가게임(무려 1M라는, 당시의 대작게임)'으로 튀어나왔고, 물건너 대한민국에서는 문방구 앞에 쭈그리고 앉아 펭귄을 점프시키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이 버글거렸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_-). 말도 안되는 펭귄 점프 레이싱 시뮬레이션이 왜 그리 인기였냐고 ? 원래 말 되는 거 하려고 게임을 하는게 아니니까 당연히 그런거겠지. 물론 펭귄 움직임의 물리엔진에 관해서 투덜거리는 사람도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 창의적인 사람이다...예를 들어 펭귄이 탑승가능한 구름의 구성요소를 분석해본다든지..)

게임성(...이란게 따로 있다면) 자체만으로도 이 게임은 말할 꺼리가 많다. 기본적인 레이싱 게임의 형태에, 점프와 슈팅은 물론 물고기를 통한 RPG적 요소까지 ! 더구나 펭귄은 최근의 3인칭 게임처럼 죽어라 화면 중간에 짱 박혀 있는게 아니라, 온 화면을 자유롭게 둥실둥실 떠다닌다.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몽대륙 최고의 스릴, 물고기 도박...  

그렇지만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이 게임의 게임성이 아닌 스토리다. 메탈기어나 스내처, 폴리스너츠가 아니라, 이 우스꽝스러운 펭귄의 이야기가 놀랍다는 거다. 게임의 시작화면은 말 한마디 없이도, 펭귄이 죽어라 달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머나먼 저편의 땅에 있는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고, 주인공 펭귄의 얼굴에선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달리게 하는 것은, 이정도면 충분하다.구구절절 말이 붙어봤자 사족일 따름. 달리다가 지칠 때 쯤에면, 역시 뭉게뭉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고, 펭귄은 힘을 내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게임의 엔딩이다.(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 기껏 도착했더니, 공주가 죽어있는 거다. 그리고 나오는 메세지는, "미안해 너는 너무 늦었어! 여행에 한번더 도전해줘". 참 특이하지 않은가 ? 공주가 죽어있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공주가 죽어버린 이유가 하필이면 왜 '시간'이냐는 거다. '미안해, 너는 너무 가난해 ', '미안해, 너는 너무 키가 작아', '미안해, 너는 너무 못생겼어' 가 아니라, '늦었다'는 것이 공주를 죽여버린 거다.  

얼마나 수많은 남자 아이들이 이 무시무시한 엔딩에 충격을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다만 두주먹 불끈쥐고, 공주를 살리기 위해서 다시한번 단시간 마스터에 도전했겠지. 물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렵고, 워프존 등을 이용한 일종의 반칙이 살아있는 공주를 만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된다. 그리고 더러는 좋은 엔딩을 보고, 더러는 실패하고 (나..-_-;;;), 그리고 게임은 잊혀지고, 아이들은 자라난다.

거의 20년이 지나가는 지금 쌩뚱맞게 이 게임의 엔딩 얘길 하는 건, 이제서야 이 게임의 엔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장의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을 하루에 두건씩 다니고, 혼기의 압박에 스트레스 받는 동기들을 보고 나서야, 엔딩 장면에서 공주의 영정 사진이 가진 의미를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공주는 죽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다만,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었겠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면, 공주는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 마냥 부인이 되버려, 더 이상 공주로 남아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당시에 내가 게임의 엔딩을 봤더라면, 꿈의 대륙에 있는 공주님을 살리려면 절대 시간을 초과해선 안된다는 사실이, 반드시 오락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란 걸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을까 ?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는, 오락과는 달리 여행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도. 글쎄, 인생을 서둘렀던, 벌써 장가를 가버린 친구 녀석들은 아마 그 때 엔딩을 살짝 봐버린 녀석들이 아닐까.